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엮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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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유예 707×주인공 헤어지자. 누가 꺼낸 말이었더라. 굳이 답을 찾아내기 위한 자문은 아니었다. 어차피 여자도 알고 있었다. 이별을 고하는 사람이 누구였던 간에 저희가 닿았을 지점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서로가 바라 마지않았다. 연인의 혀를 묶기 위해 입을 맞추었던 이율배반의 묵계가 깨뜨려지기만을. 상대의 숨에서 읽어낸 바람을 조용히 품고 있다가 도로 토해버린, 서로가 서로에게 공범이었던 순간들. 그저 떠올랐을 뿐이다. 그 누구보다도 어울리지 않을 법한 사람이 약속했던 '영원'이. 여자는 그 단어가 못 미더웠다. 여자에게 사랑은 순간의 연속이었다. 더 이상 이어나갈 어떤 순간이 없다면 거기서 멈추어야 하는게 맞았다. 남자의 흔들림 없는 다정함을 사랑했다. 그런 사람이 무너질 것 같은 표..
707×주인공 이 오피스텔에서 감금 아닌 감금을 당한 지 일주일 하고도 하루. 대체 일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그러니까 그 해커-‘세란’이라고 했다-가 남자의 동생이고 그가 RFA의 파티를 방해하려는 거고……. 확실한 게 있다면 그를 보고 난 후의 남자는 역시 이상하다는 것, 그리고 자신 안으로 너무 파고든 나머지 아무것도 보고 듣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굳이 맨바닥에서 작업하겠다는 것을 겨우 구슬려서 소파로 가게 했다. 이틀을 꼬박 새우려는 작정이었던 걸까. 이불이나 베개는 물론이고 물 한 모금 달라는 소리도 하지 않는다. 헤드폰만 낀 채로 노트북 액정을 노려보는 남자의 눈동자 색이 어쩐지 서늘하게 느껴졌다. 단지 액정 빛을 반사하는 안경알 때문에 그런 걸까.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남자의 금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