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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에는 중력이 필요하다 707×주인공 하늘에서 별이라도 떨어지고 있는 줄 알았다. 이 세상과도 작별이구나. 드디어. 그래, 안녕. 팔뚝으로 얼굴을 가리고 중얼거리다 눈을 떠보니 현관 바닥이었다. 시야를 파고든 것은 별이 아니라 고장 난 센서 등이었다. 깜박. 깜박. 등에 맞추어 무슨 술래잡기라도 하듯이, 불이 켜지면 팔뚝으로 눈을 가렸고, 꺼지면 다시 팔을 거두었다. 그 짓을 몇 번 하다가 힘에 부쳐, 결국에는 팔을 늘어뜨리고 송장처럼 누웠다. 타일 바닥의 냉기가 온몸을 채워 누르고 있음을 그제야 느낀다. 눈이 부신 게 문제가 아니었다. 경기라도 일으킬 듯 근육이 헐떡였지만 비명은 지르지 못했다. 미처 닫히지 못한 입술 사이로 입김만이 샐 뿐이었다. 벌떡 일어날 기운은 없었기에 현관 바로 근처에 있는 욕실 문턱을 기듯이 겨우 ..
Midnight City 707×주인공 세영은 연신 기침을 해대며 바닥에 박힌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반동 때문인지 머리카락 한 올 찾아볼 수 없는 기판 위에 소금기 섞인 흙먼지가 우두두 떨어졌다. 세영의 터럭수염에서 나온 것들이었다. 먼지 따위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 모양인지, 세영은 주머니를 뒤져 껌 하나를 꺼내 씹고는 묵묵히 등대의 시스템을 구동시켰다. 마지막 껌이었다. 이런, 다음 보급품이 오려면 좀 기다려야 되는데. 듣는 이 없는 푸념을 웅얼거린다. 이런 저런 버튼을 누르고 레버를 당기는 손이 어지럽게 기판 위를 지났다. 이윽고 모든 과정을 거쳐 '등대'의 일이 시작되었다. 점등 완료까지 앞으로 10h 30m. 백라이트도 없는 구식 모니터에 퍼센테이지를 나타내는 막대가 흐릿하게 올라왔다. 세영은 화면을 확인한 뒤 빈..
<어떤 우주의 소문들> 수록작 웹 유료발행 안내 재판 계획이 없으므로, 의 수록작들을 각각 포스타입에 유료발행하였습니다. 여기(클릭!)를 참고해주세요.
절취 후 선회불가 수거 차량 뒤 칸에 오른, 어둠에 파묻힌 검은 인영 두 개가 신음 같은 한숨을 뱉으며 늘어졌다. 그 한숨이 아스팔트 바닥으로 채 가라앉기도 전에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새벽을 파고들었다. 이런, 빨리 뜨는 게 좋겠다. 이번 일은 어째 영 깔끔치 못했어. 그새 담배를 피워 문 남자의 말이었다.그런 남자를 말없이 빤히 바라보는 두 눈이 있다. 담뱃불을 담은 눈동자가 박제라도 된 양 어둠 속에 머물러 있다. 도통 속내를 읽어낼 수 없는 시선이었으나, 어떤 환경미화원이 작업복을 입은 채로 담배를 피우겠느냐는 물음이겠지 싶어 남자는 남자대로 그 시선을 받아쳤다.“그러는 너는 이 냄새 나는 차 안에서 먹을 게 넘어 가냐. 하여간 비위도 좋아.”언제 챙겨온 건지 품 안에서 초코바를 끄집어낸 루시엘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저 들 밖에 한밤중에 그때에 베드로가 예수님께 다가와, "주님, 제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마18:21-22) 막상 날이 닥치자 사건은 낱낱이 흩어진 웅성거림으로 내려앉았다. 첫눈이 올 거래. 겨울 초입의 어느 날 거리 위를 거니는 사람들의 사이사이로 옮겨지고 이어진 기대처럼. 그러나 그날 결국 눈이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세란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 밤에 아기 예수가 온다고.늦은 오후의 성당은 아직 한산했다. 젊은 보좌신부가 사목회장이니 상임위원회장이니 거창한 이름을 달고 거들먹거리기 좋아하는 노인네들과 함께 인근 산에서 구..
(이 메일에는 본문이 없습니다.) 구부정히 목을 죽 뺀 채로 키보드만 몇 시간을 내리 두드리던 남자가 급정지하듯 자세를 바로 고쳐 앉은 것은 새벽 네 시 십구 분 즈음이었다. 업무의 관성에서 미처 헤어 나오지 못한 남자는 멍하게 모니터 위의 허공을 올려보다 자신이 멈춰 선 이유를 상기해냈다. 난데없이 울린 알림 소리 때문이었다. (이 메일에는 본문이 없습니다.) '707'의 RFA 메일 계정으로 여자가 보낸 메일의 것이었다. 그러니까 초대 담당자가 보낸 것이란 말이다. 공허하게 울려 퍼진 알림은 며칠 전에 불쑥 나타난 여자의 존재만큼이나 생경했다. 남자는 메일수신함 최상단에 올라와있는 굵은 글씨의 새 메일의 제목에 커서를 올려둔 채 화면을 훑어 내렸다. 4년 전 RFA 설립 당시부터 리카와 나누었던 메일들이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잊..
맹점 707 배드 2 이후수상한 메신저 전력 60분 2018.06.30 - 목소리 막막한 밤이었다.세영은 속옷 하나 입지 않고 겉옷만 어깨에 걸친 채 시트에 기대어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머리를 느슨하게 올려 묶은 탓에 옆얼굴이 훤히 드러나 있었지만, 달빛 한 줌 떨어지지 않는 새벽이기 때문인지 표정을 읽기가 어려웠다. 좀 전만 해도 세영에게 매달려 열에 받친 신음을 토하던 여자의 가쁜 호흡은 그새 관계의 흔적을 지워내기라도 한 듯 잔잔하기 그지없었다. 차창을 통해 들어오는 억새밭의 바람이 여자의 숨을 훔쳐낸 것일까. 타액으로 젖어 달뜬 입술만이 지나간 정사情事를 증명해주고 있었다.바람이 그들 사이를 파고들었지만, 차 안의 공기는 일을 치러낸 후의 나른함 따위는 온데간데없이 팽팽하게 조여져 있었다. 서서히 ..
<어떤 우주의 소문들> 재판 안내 어떤 우주의 소문들 최형제 배포전(최양락) 현장수령 및 통판 안내 707 위주 단편소설집(총 7편) | A5 | 118p | 10,000원 | 선입금 특전有 (엽서+미수록단편) - 선입금 폼(~7.27) : http://naver.me/GtL0JlBE- 폼은 반드시 ! 입금 후에 작성해주세요.- 선입금 예약 수량 외의 배포전 현장판매 분은 없습니다.- 통판 구매시 배송비 3,000원을 합하여 입금해주셔야 하며, 행사(8.18) 이후 발송된다는 점 참고해주세요.- 예약상황은 확인되는대로 메일 안내해드립니다. * 문의 : 트위터 @606_with_ 707 | 메일 606_with_707@naver.com ▶ 수록작 샘플